[scrap] 헝가리 이야기

2011년 근방에 헝가리의 정치상황에 대해서 크루그먼 칼럼을 보고 번역했던 적이 있다.

[scrap] 헝가리의 헌법 혁명 Hungary’s Constitutional Revolution

[scrap] 헝가리 주미대사의 반박과 재반박

이 때 사실 쫌더 궁금해서 헝가리에대해서 찾아봤는데, 이게 얼마나 맞는지 모르겠지만 작금 개헌 가능 의석수 얘기가 나오는 한국 총선에도 쫌 기시감이 느껴져서 (물론 언제나 그렇듯 한국이랑 헝가리랑 다르고, 무엇보다 국민투표가 있으니까 개헌을 저렇게 야바위짓을 못할거라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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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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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ugman이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헝가리 얘기를 인용하길래, 뭥미했는데, 블로그에 프린스턴 동료의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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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ugman.blogs.nytimes.com/2011/12/20/more-hungary/#more-27541

헝가리에 대한 후속 블로그 포스트가 나왔다. 어째써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얘기다. 해당 블로그 포스트와 기타 자료들, 이에 달린 댓글들(아마도 헝가리인들로 추정)을 좀 정리해보자. 아래는 개인적으로 아주 거칠게 정리해본 것이다. 최근 벌어진 일들이나 원자료는 위 후속 블로그 포스트 참고바람.

겨울철 공포영화, 그런데 왠지 참 익숙한.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북쪽 한반도 상황과 꼭 관련이 없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Disclaimer: 댓글들을 바탕으로 하고 조금만 찾아봤기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 있음)

1. 자유를 향해 – 자부심과 객기

1989년 철의 장막이 철거될 때, 헝가리는 동구권 국가들 중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물론 1989년 동구권의 분위기의 기폭제가 된건 폴란드지만, 폴란드가 자유노조운동 등 집권당 바깥의 세력에 의해 혁명적 분위기로 옮아가고 있었던 상황이라면, 헝가리는 집권당이 스스로 1980년대 점진적으로 일당독재당이 직접 자유주의적 개혁을 준비하고 있었고 (물론 제 정파들의 압력도 한 몫했다) 본격적으로 1988년 이래 다당제, 복수노조 허용,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선거법 개정 및 헌법개정에까지 이른다. 마침내 공산당(헝가리 사회주의 노동자당)은 1956년 부다페스트의 봄이, “서방의 사주를 받은 반동혁명”이 아니라, 시민에 의한 혁명운동이었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참고할 건, 1956년 헝가리의 혁명적 분위기는 옆 나라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과 마찬가지로 소련군의 탱크에 의해 밀려버렸다는 사실이다. 1980년 후반 비슷한 시기 천안문광장이 말끔히 청소된 것과 달리, 헝가리 주둔 고르바초프 휘하 소련군은 움직이지 않았다(당시 헝가리 총리가 고르바초프와 담판을 지었다는건데, 움직일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고, 헝가리의 일련의 조치들이 페레스트로이카 등 소련의 분위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선언과 맞물려, 헝가리는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개방한다. 이는 혁명적 분위기를 간신히 누르고 있었던 동독과 체코스로바키아 집권 공산당에겐 재앙이었는데, 동독과 체코에서 대량난민이 헝가리를 통해 오스트리아 서방으로 건너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의적절하게 “헝가리 국경을 넘은 동독인들을 우린 추방하지 않고 안전하게 (오스트리아로) 이동할 수 있도록하겠다”라는 선언에, 동독은 백기투항을 하고, 서독은 대량난민때문에 급격한 통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서독 통합에 서둘러 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체코에서는 “벨벳혁명”이 일어나고. 헝가리 공산당은 헝가리를 공식적으로 “공화국”이라 선언한다.

즉, 헝가리사회노동자당(이후 사회당으로 개명)은 동구권 붕괴에 있어서 최소한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다른 여타 동구권 공산당 후신 정당들에 비해서, 헝가리 사회당은 (큰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구권 시절 공산당의 후신이라 좀더 공식적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과거 사회당 지지자들에겐 자부심이었겠지만, 또한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한다. 1990년 총선부터 이 당의 정강은 사민주의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였다.

1990년 자유총선으로 자유화운동을 벌였던 온건 우파 야당그룹 헝가리 민주포럼이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집권당이 되고, 사회당은 3당으로 밀려난다. 제2당은 집권당보다도 더 급진적인 자유주의개혁을 요구했던 자민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헝가리는 서방세계로부터 얻은 채무를 조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종의 도덕적 자신감이라 부를 수 있겠다. “우린 그런 적선을 받을 국가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약속했던 것들을 이행할 수 있다!”고. 허나 당시 동구권 전체에서 일인당 채무액이 가장 높은 나라가 헝가리. 이는 내내 헝가리 정부를 옥죄는 족쇄가 되었다.

2. 선거는 몰아주는 것

엄청난 국가채무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라고 일부 사람들은 믿은) 정부 보조금 삭감과 복지정책 붕괴에 1994년 다음 총선때 분위기는 급반전, 집권 우파는 몰락하고 (9.8%, 126석 잃음), 사회당정부는 화려하게 복귀했다(무려 54.1%의 득표, 175석 추가).

이런 엄청난 바람 앞에 당시 민주화운동의 멤버였으며 소수당이었던 우파 오르반(Orban) 당수의 피데스당은 집권을 위해 정강을 자유주의에서 보수주의로 바꿔버린다. 일부 멤버들이 탈당하고 자유주의적 중산층 기반 자민련으로 이동했지만, 헝가리 분위기상 사회적인 면에서는 보수적인 지방 유권자들의 힘이 강했고, 또 경제적으로도 점점더 급격한 자본주의, 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었으므로 효과적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98년 총선, 피데스는 화려하게 등장하여 집권여당이 된다(29.5% 득표에 148석, 128석을 추가), 사회당은 (33% 득표에 134석, 75석 감소). 득표율과 의석수의 상관계를 봐라.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약간 섞어놓은 선거제도하에서, 이런 식의 문제 (당은 아슬아슬하게 선거구에서 이겨서 최대한 경쟁당의 표를 의미없게 만들고 질만한데는 대패하는)가 심화된다.

자, 이제 2002년 총선, 피데스는 41.07%로 188석의 의석을 차지하지만 과반에 못 미친다. 사회당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삽질하고 있는(후술) 상황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42.05% 득표, 44석을 추가하여 178석으로 제2당이 되지만, 자민련 (20석)과 연정을 구성하여 다수정부를 구성해 집권에 성공한다. 피데스로는 제1당이 되어놓고도 집권하지 못했으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급진적 시장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자민련과의 연정이 쉬울 순 없었다. 어쨌든 어찌어찌하여 2006년 총선, 헝가리 사상 가장 치열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선거에서, 그리고 자유선거 실시 이후 매번 집권당이 바뀌는 추세 속에 역사상 최초로, 사회당이 간신히 선거에서 승리하여 재집권에 성공한다. 8석을 추가해 184석(42.0% 득표). 피데스당은 24석을 잃어 164석(43.2%).

이젠 대충 느낄 수 있을거다. 득표율이 선거승리를 전혀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특별히 2006년 총선에서, 민주화의 동지였던 피데스당과, 과거 집권여당이자 지금은 완전히 쪼그라들은 헝가리 민주포럼은 선거연대를 못해서 야당이 패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민주포럼은 오르반 당수가 총리직을 포기하겠다고 함에도 그에 대한 반대로 제3당 후보를 소선거구에 내서 결과적으로 여당 승리에 일조했다.

어쨌든 4년마다 갈아치우는 통에, 헝가리 국가채무문제 등등의 구조적 문제는 계속 쌓여갔다.

3. 경제상황

주요 양당이 빌 공자의 공약을 남발하면서 재정상황은 급속히 악화되어 갔다. 1997년 유럽연합 멤버가 되고 2004년 정식 회원국이 된 통에, (아직 화폐통합은 안 했지만) 굴릴데를 못 찾고 있던 엄청난양의 자본이 독일 등 서방세계로부터 헝가리에 들어와서 급격한 자산버블을 일으킨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한 모기지자금이 큰 역할을 하는데, 헝가리의 경우 유럽연합 가입을 통해 (착시로) 낮아진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스위스프랑이나 유로화 표시로 된 채권을 마구 발행하게 되는데…

4. 입 싸고 조국을 깔보는 젊은 리더

오르반 당수로 일치단결해있던 피데스당에 비해서 사회당 당수는 계속 바뀌었는데, 이 2006년 총선 승리의 주역 페렌츠 후르산(Ferenc Gyurcsány)은 젋은 피로 입이 걸걸했던 모양이다. 2006년 총선 승리 직후, 그의 설화때문에 헝가리 전역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설화? 대충 그가, 2006년 총선 승리 직후 비공개로 사회당 의원들한테 말했던 내용의 느낌을 옮겨보자(전혀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번역은 아예 위키피디아 링크가 있음 함 읽어보기 바람. 어떤 이에겐 매우 소탈하고 솔직한, 어떤 이에게는 부정부패의 증거, 어떤 이에게는 나라를 맡길만하지 않은 경박함을 느낄 것이다).

“(전략) 여러분 우리가 재집권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불안하게, 의심하면서 우릴 바라보고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과정 중에 우린 우리 연정 파트너(자민련)와의 협조를 위해, 그리고 조중동유력 언론사들에게 보란듯이, 우리가 제대로 국가를 다스릴 수 있단 걸 보여줘야합니다. 그 과정에 동참하도록 해야합니다. 그게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앞으로 전진합시다.

내가 앞으로 우리 정책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순 없어요. 그만한 능력은 없어요. 정부관리, 장관, 전문가 모두 합의볼 수 있는 그런 정책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지난 한 달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습니다. 선거 막판에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구요. 우리가 비밀을 유지한건, 여러분도 다 아시겠습니다만, 이게 우리가 직면했던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들입니다(역주: 선거 당시 헝가리는 채무와 경제문제 등으로 재정적자가 매우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거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난 정부 내내 사회-자민련 연립정부는 욕을 먹어야했다). 막장이 되는 걸 막기위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진짜 문자 그대로 아침부터 밤까지 이거 막느라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아 찐짜 마지막 달에 이르러서는 나도 몇 번 소리 지르면서 돈 구하고, 협상하느라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정치적으로 타협해야하는 상황에서 진짜, “야 임마, 우리 좀 이제 진전 좀 시키자고!!!!”라고 소리지를 적 솔직히 몇 번 됩니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없다구요. 우리가 X랄을 해서 그래요. 유럽 어느 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우리나라가 바보짓을 한겁니다. 물론 설명할 수 있죠. 하지만 선거국면에 그게 뭔 상관입니까? 솔까말 2년 반동안 우리가 공표해왔던 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 명약관화했습니다. 어느 수준이냐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자민련이 재집권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우린 정말 아무 일도 안 했습니다. 손을 놓고 있었다구요. … 문제가 누적되는 동안 아무짓도 안 했죠. 발등의 불이 떨어지니까 어쩔 수 없이 미친듯이 일하다가, 막판엔 절망적일 정도로 일해야했죠. 그래서 겨우 막고, 그 다음 나 자빠져서 또 허송세월하는겁니다. 이게 상황이에요. 착착, 차근차근 일을 못해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 또 그 자민련이랑 합의를 봐야해요.

재무부장관 말이 맞습니다. 쫌더 끌 수 있지만, 오래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하늘의 도우심과, 넘치는 세계유동성, 여러분들이 알 필요없는 온갖 꼼수 다 동원해서 이번 선거국면에 안 터지게 겨우 넘긴거에요. 이렇게 또 넘기는 거 말도 안 됩니다. 가능하지가 않아요. 아 물론, 우리 또 길게 분석하고, 각 사회 계층에게 어떤 타격이 가는지 다 계산하고 그러는거 아, 물론 가능해요. 이런 분석 몇주씩 앉아서 하는 거 불가능해요. 이럴 순 없습니다. 우린 집권 제1일차부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9월 1일 안에 세제개혁이 이뤄지도록 해야합니다. …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플랜 B같은 거 없습니다. 이걸로 밀고 나가야합니다.

사회당 거시경제정책에 영향력있는 사람들 다 만나봤어요. 두들겨맞고, 싸우고 뒤집어 엎고 그랬어요. 차암 좋은 아이디어들 많이 접했죠. 그런데 그 잘나신 전문가분들께서도, 그 잘난 아이디어들도 대충 거시경제 예측이 1조원 오더로 틀려요. 실례로 한 아이디어인, 전 국민에 종합부동산세 때리는 걸 예로 들어볼게요. 2500만원 이상 부동산에 대해 우리가 과세를 하면 얼마나 거둘 수 있는지 알아요? 5억원이 아니라 2500만원부터 말입니다. 그게 아이디어에요. 물론 그 돈 우리가 다 갖는게 아니라 지방정부에 2600억원 정돈 지방정부에 줘야해요. 그거 원래 지방세로 걷고 있는거여서 걔네들 수입으로 잡혀있어요. 그럼 1000억원 미안으로 균형재정 달성할 수 있어요. 아, 그럼 이제 우리 헝가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신 이건희Sándor Demján가 나타나시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페리, 야 임마, 세제 누수되는 것만 거둬도 우리 8888억원은 절약할 수 있단 보고서 못 봤어!!! 라고 말이죠. 그럼 난 Sanyi씨, 당신 미쳤어! 계산 좀 해봐! 이러는 겁니다. 아 그럼 또 우리 동료 Gyuri [György] Surányi가 날 찾아와서, 사회정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과세를 하는 안을 갖고와요. 그럼 또 한참 계산해보죠. 그러고 나서 최종계산결과 보면 대충 또 맞아요. 근데 하날 빠뜨린거에요. 지금 세제에선 세액공제로 대강 빠지는 돈이 있다는거죠. 그게 1조가 넘어요. 세액공제를 조정하는데 그게 1조가 넘어가면, 그건 답이 없는겁니다. 시중에 진짜 좋은 해결책들이 넘쳐나요. 근데 계산하면 다 꽝이에요.

우리가 지금 미는 체계가 공정하지 않다, 일관적이지 않다, 뭐 어쩌구들 말이 많아요. 근데 사람들한테 우리 안에서 그럼 좀더 공정하고 일관적으로 바꾸기 위해 이것저것 빼면, 글쎄 남는게 우리가 거둬야하는 세금의 삼분의 일이에요. 1/3? 그 수준이면 나도 일관적일 수 있어요. 지금 문제는 우리가 5천억원을 거둬서 될 일이 아니라는거에요. 그리고 게다가 우린 이 문제를 우리의 장기 정책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해야한다는거에요.

우리 정부가 완벽한 거 아니라는 거 인정해요. 모든 게 다 잘 될꺼라고 감히 말할 순 없지만, 우리가 안에서 서로 싸우지만 않고, 또 우리가 무슨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는 거 아니에요. 이거보다 더 잘하기 어렵습니다. 난 지금 신한국신헝가리니, 개발이니, 해외동포들, 교회와의 관계 등등 수천가지 다른 문제갖고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 각각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잘 정리된 정책들을 갖고 있습니다. 한 두 가지 문제는 또 우릴 놀래킬 수도 있죠. 하지만 딴 것들에 비해서 이 문제는 정말, 정말 큰 그림상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개혁이냐, 아니면 실패냐. 딴 선택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실패라고 말할땐, 헝가리, 좌파, 그리고 아주 정직하게, 내 스스로에 대해서 말하는겁니다. 개혁하지 않으면 다 망합니다.

여러분, 우리 진짜 그 동안 뭘했습니까? 우리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믿고, 제발 우리가 지금 직면한 거시경제적 문제 좀 해결을 위해 일할땝니다. 그 동안 좌파들, 나라 앞에 고개를 쳐들지 못하고 있었잖아요. 우리 보여주자구요, 이 망할놈의 나라에게, 좌파도 일할 수 있고, 우리가 일할 수 있다구요. 지난 정부에서 대체 우리가 X발 자랑할만한게 뭐가 있어요? X 팔려요 X팔려. 난 역사에서 과거를 마무리한 태종사람으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지난 1년 반(2006년 선거 이전, 당수직을 맡은 뒤) 일하는 척 하느라 고생했습니다. 대체 우리가 일하긴 했나요? 1년 반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거짓말만 했어요, 거짓말. …

더이상 좌파들이 낙인찍히지 않게 일 열심히 할겁니다. 맨날 뭘 해결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결과를 논의할 위원회를 만들고, 그 담 타협하고, 그래서 의회서 한다는 게 결국 기존 상태 유지하는 거 외에 뭐가 있습니까? 이젠 바꿔야할 땝니다. 어떤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무슨 정책을 진짜로 펼치든, 누군가는 손해 보게 되어 있습니다. 아 진짜, Gyula Horn(전임 총리)때도 맨날 밥먹듯이 자긴 그럼 사퇴하겠다고 버티던 장관들이 있었습니다. 의원 세비가 중요하다고 쫄랑대는 꼴이란, 우리 그거보다 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X발, 진짜 190명 (당시 사회당 의원수)끼리 하나 합의할 수 있는 게 없으면 대체 뭘 보여줄 수 있단 말입니까?

의사당 앞에서 시위하게 하자구요. 시위, 할 수 있죠. 한참 시위하면 그네들도 지칠꺼에요. 그 시위가 무서워서 우리가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정말 답이 없어요 답이. 개혁은 기득권을 철폐할 수밖에 없어요. 내가 무슨 독재적이라구요? 난 짜식들 속에 품고 있는거 다 말하게 놔둡니다. 그냥 토론이 이뤄지도록 하는거라구요. 우리 사회당 사람들 속에 있는 패배주의들을 다 꺼내서 때려눕힐겁니다. 우리 속의 에너지를 끌어내서, 이 망할놈의 나라 진짜 바꿔버립시다. X발, 우리가 일하지 않으면 이 정권 어디로 넘어갑니까? 그 오르반(야당당수) 자식에 넘어간다구요!! 다른 선택지가 있습니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선택지가 있겠지요. 우리 오르반 그 자식이랑 비교하는 거 그만둬야합니다. 글로벌, 세계랑 비교해야합니다. …

지금 현재 건강보험제도 아주 복잡합니다. 그 근거가 되는 건, 이룰 수 없는 약속들입니다. 해결을 봐야하는 문제라구요. 교육제도는 또 어떻습니까? 이 제도는 사회 불평등을 확인하고, 심화시키는 아주 나쁜 체계입니다. 개혁해야합니다. 그리고 제일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부자들에게 우린 무상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스캔들이 있다면 딴게 아니라 상위 1만명이 세금을 쓰면서 제 자식들 교육을 시키고 있단 게 스캔들이에요. 3% 교육세를 내게 만드는 거, 난 까짓꺼 7%도 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의료제도에서, 집시족이 똑같이 내면서 우리가 받는 의료서비스의 십분지일밖에 못 받는다는거, 그게 스캔들이에요. 병원에 갈 때 모든 사람들 회당 1500원 내게 만드는거, 그건 스캔들이 아니에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내용이고, 아마 정치적 결과가 있겠죠.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머저리면 당하는거고, 우리만 감수하면 되는거에요. 이에 비해 의료개혁은 국민 전체에 가는겁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다고, 너무 명백하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 우리가 다루길 피하면 안 되는겁니다.

Gyula Horn이 총리할 때 어땠습니까? 뭘 안 하면 안 한다 욕먹고, 뭘 하면 한다고 욕먹고..X발 어쩌라고. 우리가 뭘 해야하는지, 우리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나아가야합니다. 작년 여름에 어땠습니까? 18%만 우릴 뽑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 보세요.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여론이 안 좋다고, 해야할 일을 안 하면 안 됩니다. 결국 다시 여론을 쟁취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은 이해할겁니다. 우리가 뭘 해놔야, 나중에 선거구로 내려가서, 그래, 우린 그래도 뭘 했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정치가 지방선거에서 몇 명의 시장을 당선시키냐, 의석이 얼마나 증가하느냐에 있는게 아닙니다. 네, 네 그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것뿐이 아닙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란, 자, 이제 그만, 개혁하잡니다. 여러분들 모두 세부사항에 대한 걱정, 우리가 잘할 수 있는가, 디테일얘길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난 꼼수부리지 않겠다, 우린 우리가 할 일을 하겠다입니다.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한, 돌격하겠다는 겁니다. 시행하는 게 안 된다고 여러분이 설명하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동의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토 다는 거, 그럴거면 내가 필요없습니다. 그럼 딴 사람 알아보십시오. 난 책이나 쓰게. (후략)”

헝가리인들은 들고 일어났다. 대충 민족주의자들로부턴 우리의 사랑하는 나라를 염병할 이 나라라고 표현하고, 집시족들이나 챙기는 놈. 대충 좌파들로부턴 부자 기업인이나 챙기는 놈. 중산층으로부턴 아 내 피같이 번 돈 세금으로 때릴 짓이나 하는 놈. 고매하신 분들껜 시시껄렁한 욕지꺼리나 하는 놈.

그리고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로 인해, 헝가리 환율이 폭등해버린다. 그리고 모기지같은 거 잘 몰라서 대충 스위스 프랑화 표시 또는 유로화 표시 모기지를 내고 있던 대다수의 헝가리인들은 한달 모기지 비용이 2배 내지는 3배까지 치솟는 것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결국 후르산 총리가 사임하고 (“못해먹겠다!!”), 임시정부에 이어 IMF구제금융.

이 와중에 좀더 정밀하게 말하자면, 헝가리에선 고정 권위주의 향수 유권자층이 있었다. 그간 권위주의적이던 이 그룹은, 좌/우 양당에 고루 나뉘어있었다. 일부는 과거 공산당 후신을 지지하며 1990년 이후 나라를 망친 좌파 빨갱이 민주화 리버럴들을 증오했고, 일부는 우파 피데스를 지지하며 자유시장경제니 인권존중이니하며 빛나는 헝가리의 정통을 부정하는 좌파정부를 증오했다. 그 유권자층이 2006년 후르산 정부를 거치면서 대거 우파 및 초강경우파 조빅당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그 분위기는, 피데스당 의원 한 명의 발언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 “난 헝가리를 사랑하며, 헝가리인들을 좋아하며 (참고: 헝가리는 국외 헝가리인들이 많은 나라여서 재외국민 참정권 및 국적부여가 이슈 중 하나다), 국제 투기금융 자본과 유태계 자본의 이익에 맞서 헝가리의 이익을 지지한다” “집시족 여자들은 일부러 임신중 태아에 망치로 충격을 줘서 병신을 낳아 국가보조금을 더 받으려고 한다”

강력한 극우 제3당의 부상, 소선거구제, 그리고 사회당 정부와 경제실정에 실망하면서 우파 피데스는 싫어하지만 마땅이 찍을만한 정당이 전무했던 무당파가 기권해버렸다(하지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06년 총선에 비해 투표율은 65%로 약 2%만 떨어졌다).

사회당은 2009년 유럽의회선거에서 참패한데 이어, 2010년 정권을 내줘야했다.

그런데 이 2010년 총선에서 피데스당은 헌법개정과 관련해서는 결코, 아무런 얘기도 안 했다는 것이다. 그저 “갈아보세~”로 2010년 집권하자마자, 전광석화와 같이 10번의 헌법조문개정과, 전면개정을 통해 막장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놀라움은 피데스당 지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보다시피 피데스당 현재 지지도는 20% 내외. 그런데 야당들은 전혀 그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5. Aftermath.

크루그먼의 칼럼이 발행된 뒤로, 피데스당 치하 헝가리의 반응은 어땠을까?

* 대체 이런 막장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러 도시 곳곳에서 3만명 이상에 달하는 시민들이 운집하여 시위함. 국영/민영 방송 가릴 것 없이, 그런 시위 보도 안 됨. 사실상 헝가리에서 반대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언론 전멸.

* 2011년 12월 20일, 부다페스트 유일한 야당 라디오방송국 폐쇄. 물론, 무력으로 한 게 아니라, 주파수 사용기간이 지나자, 주파수를 회수해서 음악방송에 줌(YTN….) 매우 법적으로 깔끔한 방법.

* 국회법 개정을 통해, 2/3의 의원발의 법안은 아예 토론과정 생략, 그대로 법이 되도록 함. (Reminder: 현재 집권여당은 2/3가 넘는 의석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 그나마 사회당은 탈당 의원들 생기고 개판.

이를 가리켜 Kim Lane Scheppele은 “헝가리 정치는 공중납치당했다”라고 표현. 피데스당은 반대하지만, 반대로 몰아줄 당은 마땅히 없고, 그 몰아줄 수 있는 때 (2014년 다음 총선)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남았음.

-1.

그런데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머리가 복잡하다. 약속할 수 없던 공수표를 발행하다못해, 어쩔 수 없이 재조정이 필요한 판국에 들어갔을 때,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긴축을 하여 극우세력의 터를 잡아준 바이마르의 브뤼닝 정부라든지, 이런 역사적 예들은 있지만… (이른바 C일보 프레임으로) 욕심많고 돈은 내기 싫어하는 유권자들에게 파퓰리스트 정치인들이 휘둘린 당연한 결과라는 식의 논설은 쉽게 깨뜨리기 힘들다는 것… (지금 미국도 위태위태하고…) 김대중, 노무현, IMF, 거의 한국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을 또 기억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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