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 헝가리의 헌법 혁명 Hungary’s Constitutional Revolution

Krugman이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헝가리 얘기를 인용하길래, 뭥미했는데, 블로그에 프린스턴 동료의 글을 게시했다.

아래는 초벌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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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Lane Scheppele

지난 주, “불황과 민주주의Depression and Democracy”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Paul Krugman은 헝가리의 “권위주의적 쏠림”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그 칼럼의 소스 중 하나가 나로부터 나왔기때문에, 여기서 내가 왜 헝가리의 입헌주의와 민주주의가 위기상황인지 좀더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

작년 봄철 치뤄진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을 통해 헝가리의 중도우파 정당인 피데스Fidesz는 53%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 득표율은 헝가리의 현행 불균등한 선거법상, 68% 의회 의석수로 연결됐다. 이러한 압도적 과반수 (2/3 이상)을 바탕으로, 피데스당은 개헌의석수를 확보했다. 여당은 집권 1년차에 이 압도적 권력을 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이용하여 열 차례에 걸쳐 헌법을 개정했으며, 이윽고 2012년 1월 1일 발효될 신헌법을 제정했다.

이 헌법 개정 및 신헌법 제정과정을 통해 정부의 견제와 균형원리가 무너졌으며, 사실상 현 여당이 바라볼 근미래에 걸쳐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만들었다.

이 신헌법은 유럽연합 이사회의 법을 통한 민주주의를 위한 유럽위원회(일명 베니스 위원회 Venice Commission for Democracy through Law), 유럽의회, 및 미국으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피데스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새 헌법질서로 사법부가 제일 큰 타격을 받았다. 기존 거의 모든 법률의 헌법합치여부를 심사할 책임이 있었던 헝가리 헌법재판소는 세 가지 방식으로 무력화됐다. 첫째, 정부는 헌법재판관의 수를 늘렸으며 늘어난 재판관에 자신의 정치적 동지들을 채웠다(루스벨트의 법원 장악 계획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 다음 이 재판소의 관할권을 제한하여 헌법에 열거한 권리들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세금과 긴축 프로그램과 같이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에 대해 심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헌소 요건을 강화하여 법률이 헌법과 합치되는지 심사가 어렵도록 했다. 더해, 개인은 일반 법원의 소송 과정을 모두 거쳐야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과거 단원제 의회제도에서 중요한 견제기능을 행사했던 헌법재판소는 이로써 기능적으로 사실상 죽었다.

일반 법관들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정부는 재판관의 은퇴연한을 70세에서 62세로 낮추고, 몇 개월의 유예기간밖에 주지 않았다. 200명 이상의 법관들이 1월 1일부로 법복을 벗어야하며, 이 중 사건 배당과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재판소장들 또한 그러하다. 법원과 관련된 신법은 대법원장은 적어도 5년 이상 헝가리법원 경력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현 대법원장은 그의 재판경력 중 17년간의 유럽 인권 법원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1월 1일 또한 사임해야한다.

법원 관련법은 또한 새로 국가 사법 사무처(National Judicial Office)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관은 실권자는 은퇴하는 법관의 후임법관을 임명하고 새로 임용되는 법관을 임명할 권한을 갖는다. 또한 아무 법관이나 임지를 옮길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새로운 헌법 개정안 – 새로 만든 헌법에 대한 개정안이다! – 은 검사와 이 새로운 국가 사법 사무처 기관장이 재판할 판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정부가 원하는 법관을 자리에 앉히고, 원하는대로 인사이동시키고, 누가 어느 사건을 맡을지 결정할 수 있게 되면 끝장난거나 다름 없다.

유럽연합 정의, 인권 및 시민권위원회European Commission for Justice, Fundamental Rights and Citizenship 부의장인 Viviane Reding 지난 주 강력한 어조로 신법과 관련된 자료요청을 하며 즉각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그녀는 또한 “유럽연합 법률과 합치여부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는 한 해당 입법안이 실행되지 않도록 확실히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한 회신에서 헝가리 정부는 이 모든 변화는 개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헝가리 정부는 신헌법질서를 브뤼셀의 강력한 경고에 불구하고 이행할 예정으로 보인다.

이 신헌법 체계에 따르면, 선거에 대한 법적 관리, 감독 체계도 바뀐다. 지난 선거 이전 규범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5명의 위원은 정치적으로 다양해야하며 정부가 위원들을 선정하기에 앞서 야당과 협의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년 규칙이 바뀌어 매 총선거에서 선관위원도 함께 뽑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기존 선관위원들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하였으며 현재 선거관리위원회는 집권여당의 5인으로 채워졌다.

새 선거법은 의회 의원 선거지역구의 경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 선거구획은 피데스당을 제외한 그 어떠한 당도 사실상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게 획정되어 있다. 권위있는 헝가리 씽크탱크가 새로 획정된 선거구를 바탕으로 지난 3번의 선거결과를 모의 실험해본 결과 피데스당이 지난 두 번 패배했던 선거까지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모든 독립적 정치적 기구들이 타격을 입었다. 인권위원회, 개인 정보 보호 기구, 소수자 보호 옴부즈맨은 더 작은 기관으로 통폐합되었다. 검찰, 감사원 그리고 최근에는 중앙은행이 모두 새 법적 질서에 따라 정치적 영향에 노출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언론이 매일매일의 위협 속에 직면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강력한 일련의 언론 법안들을 통해 총리의 임명을 받은 9년 임기의 위원장을 비롯하여 피데스당 지지자로 채워진 미디어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모든 공공 및 민영언론들이 애매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는지 심사할 권한이 있으며 어떠한 언론사도 파산할만큼 벌금을 때릴 권한도 갖고 있다. 따라서 언론들이 자기검열하는 것이 이상치 않다. 이 언론체계는 유럽집행위원회 산하 통신위원회European Commissioner for Communications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았으며, 이 밖에 UN의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다른 기관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신헌법은 보수적 기독교 사회신조를 국가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참고로, 헝가리에서 그 어떠한 종류든 교회에 출석하는 인구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태아는 임신부터 보호받는다(낙태금지). 결혼은 법률적으로 남자와 여자에 한한다. 헌법은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기독교의 역할을 인정하며”, “가족과 국가가 우리의 공존에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 못박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를 규정하는 새 법국가 공인 교단을 14개로 줄이며 348개의 다른 교단의 공인을 취소했다.

민주정에서 대중은 잘못하는 이들을 “갈아치우고” 여론의 지지를 받지 않는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새 정부를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새 헌법 하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된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 – 자유로운 언론과 중립적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재 – 에 더해서, 새 헌법은 설사 다른 당이 작은 확률을 뚫고 선거에 승리했어도 피데스당이 통제할 수 있는 근거를 심어놨다.

새 헌법은 공공정책이 오로지 이후 의회의 2/3의 의석수에 의해서만 변경될 수 있도록 못박아놨다. 이제부터, 모든 세제 및 재정정책은 오로지 2/3의 압도적 다수를 통해서만 통과할 수 있다. 심지어 선거구 재획정조차 2/3의 압도적 다수결을 요한다. 만약 새 정부가 단순히 과반수로 구성된다면, 피데스 정부의 정책이 변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다. 근미래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후임 정부들에 대해 피데스 정부는, 지금 임명하는 관리들을 통해 흔들 수 있다. 새 헌법은 검사의 임기를 9년, 감사원장은 12년, 국가 사법 사무처 9년, 미디어위원회 위원장 9년, 예산위원장 6년 등등으로 늘렸다. 각각의 자리는 피데스당 지지자들로 채워졌으며 이들은 현 정부의 임기가 한참 끝난 뒤에도 수사, 언론 위협, 공소, 법원인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까? 한 가지 예로 족할 것이다. 신헌법은 새로 예산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국가채무를 늘리는 그 어떠한 미래의 예산안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현재 헝가리 경제상황으로 볼 때 이는 그 어떠한 예산도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는 어떤 경우에도 예산위원회가 거부권이 있다는 뜻이다. 이 예산위원회의 위원들은 6년 또는 12년의 임기를 갖고 현정부에서 임명되었으며, 의회가 2/3의 의석수로만 교체할 수 있고, 아니면 그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한편, 신헌법은 매년 3월 31일까지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 만약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으면,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후임정부의 제약은 명약관화하다. 새 정부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예산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피데스당 지지자에 의해 비토당해 예산통과 기한을 지나면, (피데스당에 의해 임명된) 대통령은 의회해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적절한” 정부가 집권할 때까지 무한반복할 수 있다.

현 헝가리 정치지형상 피데스당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야당은 사회당 또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로 극우 조빅Jobbik당이다. 작년 피데스당 선거승리 이전 입안된 법률에 따르면, 위헌정당은 해산당할 수 있다. 혹자는 피데스당이 조빅당을 이를 통해 해산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사실, 유럽제국(諸國)은 조빅당이 사라지는 것에 별로 상관 안 할지도 모른다. 각국이 제각기 극우당을 해산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피데스당의 라이벌인 사회당은 어떠한가?

제안된 헌법개정안에 따르면, 지난 공산주의 시절 공산당의 위법행위들이 헌법에 명시되며 공산정권 시절 범죄행위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삭제된다. 지난 공산당은 (이 개정안에 따르면) 범죄조직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현재 야당인 사회당이 그 법적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다. 법률적으로 말하자면, 이 헌법개정안이 뭘 의미하는지 분명치 않다. 하지만 제1야당에게 아마도 별로 좋은 건 아닐 것이다.

피데스당은 이 헌법 혁명을 민주적 선거 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수행했다. 비록 피데스당이 민주적으로 선출되고 헌법개정을 통해 이 모든 작업을 완수하였다고 하더라도 헝가리는 더이상 입헌적 민주정이라 부를 수 없다. 헝가리는, 폴 크루그먼이 말한대로, 권위주의로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다.

* 역주: 루스벨트는 뉴딜정책 당시 이에 대해 사사건건 위헌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에 대항하기 위해 대법관을 늘리고 종신직인 대법관 임기를 정하여 대통령 권한을 늘리려고 시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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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니, 진심으로 식은땀이 흐른다하나, 그런 느낌을 들었다. 과거 회귀형 투표라는 바람에 민주정 시스템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

순간, 한국은 그래도 그 정도로 막장스럽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런 과거회귀바람이 거셌던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여당지지자들 사이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운운했던 기억이 났다. 인권위원회가 축소된 것이며, 언론이며, 정치과정, 검찰이며, 중앙은행이며, 방송통신위원회며, 예산날치기며, 정당이며, 지금 임명되는 모든 정부 관리들이며, 과연 얼마나 많이 다를까? 동양의 어느 나라 여당이 꿈꾸는 나라는 서방 정토의 어느 나라에 실재다

정치문화라는 것, 한순간에 “훅” 갈 수 있다는 것… 선악의 이분법이 되어가는 정치문화의 종착역은 어딜까?

한국은 개헌이 국민투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야하는 건가? 하지만 버블이 다음 정권 즈음에 터지는 순간 어디로 갈지 진심으로 모르겠다.
p.s. :
서비스로, 위에서 언급된 조빅당(반 집시, 반 유대주의에다가 심지어 준군사조직까지 갖추고 있다)의 청년단체 조직 사진 하나. 이에 비하면 친박연대는 애들 장난이다.

p.p.s. :
참고로 2006년 지난 헝가리 총선에서 제1당은 사회당(MSZP, 190석), 피데스당(FIDESZ, 164석), 조빅당(JOBBIK)은 의석이 없었다. 그게 2010년 총선에서 사회당(-131석), 피데스(+99석), 조빅(+47)의 결과.

또 참고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대체 인권이며 입헌주의며 전통의 유럽연합 집행부는 뭘하고 있는 거였나요? 라고 묻는다면, 당시 헝가리가 순회의장국이었다고 한다 -_-;; 유럽연합, 더 높은 수준의 정치결사체로 빨리 가지 않으면 정말 막장으로 치닫겠다. 동북아시아만 문제가 많은게 아니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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