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실질문맹률

“실질문맹률”이라는 드립이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나보다. 링크를 보니 또 돌아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 좀 살펴봤었다. 간단히 두괄식으로 요약하자면, 철지난 잘못된 얘기다. 최신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평균적으로 중위권, 게다가 시계열로 보자면 가장 문해력수준이 올라간 국가들 중 하나다. 특히 이 근거자료가 주로 인용되는 양상을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굳이 따지자면 잘못된 “꼰대질”이 많이 보인다(아래 절 참조).

1. 배경

네이버의 블로그글은 짜깁기한 것에 가깝고, 그나마 정보들이 정리된 것을 보자면 클리앙의 어떤 용자가 정리한 것이 있다 (이 글도 아주 전형적으로 잘못된 “꼰대질”이 보인다. 아래 절에서 좀더 얘기하겠음). 여기서는 국립 국어원의 2008년 조사도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국제비교 결과가 아니다. 지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퍼센티지 등을 비교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

모든 것의 시작은 2001년 연구에 있다. OECD국가들이 그 국가들 사이에 학생처럼 성인들의 문서해독률에 대한 평가지표를 개발하고자 한 사업이 1990년대에 있었는데, IALS라고 한다. 한국은 이 사업의 연구기법만 차용해서, 2001년 독자적으로 한국에서 돌려봤다.

당연히, OECD국가들 사이에 제대로 비교를 한게 아니다 (batch도 다르고, 국가들끼리 coordination한게 아니라 적당히 번역해서 진행한거다). OECD국가들과 점수를 비교한 것은 아무리 막 나가도 참고용으로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 보고서는 “실질문맹률”이란 말을 쓰지도 않았다. 이건 KEDI가 무슨 대통령 보고를 할 때, 저기 하위 그룹의 퍼센티지를 “실질문맹률”이란 말로 포장해서 발표한거다. 그리고 그걸 문화일보에서 받아서 대서특필했다. 잘 살펴보면 원본 소스는 거의 대부분 문화일보 기사로 흐르고 있다. 한 마디로 “실질문맹률”이라는 말을 쓰는 순간 그건 2002년 결과를 바탕으로 얘기하고 있는거다.

그러면서 온갖 자학이나 꼰대소리들이 넘쳐났다. 국한문혼용을 포기해서 애들이 독해력이 떨어진다느니, 클리앙의 용자님도 키배가 안 끝나는 이유는 난독증, 독해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느니.

2. 가장 최신 결과가 있다.

2002 년, 그리고 2008년 결과 말고, 국제 비교를 엄밀하게 하는 사업에 한국이 참여한게 있다. OECD에서 IALS의 후신으로 국가간 문서해독률이나 컴퓨터 활용능력, 수리처리 능력 등 성인들의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사업을 확대해서 PIAAC라는 것을 시작했고 여기에는 한국이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결과가 최근에 나왔는데, 한국은 그 순위가 최하위이긴 커녕 (전체 중간그룹), 젊은 세대(16-24세)만 보자면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긴 보고서 다 읽기 귀찮은 사람은 Figure 2.2/2.3참조).

사실 2002년도 그렇고, 문해력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세대 격차가 가장 크게 나는 국가이어서 그렇다. 노년세대가 점수 바닥을 깔고 있단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1990년대에 40%도 안 됐고, 중등교육이 의무교육으로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노년세대가 바닥을 깔고 있다.

노년세대가 바닥을 깔고 있다. 왼쪽 아래 링크를 치면 데이터를 직접 엑셀로 볼 수 있음. 이 그림은 스크린캡처.

세부적인 세대차를 봐도 큰 차이가 보인다. 오른쪽 그래프는 가장 젊은 세대 평균과 가장 나이든 세대 평균의 차이. 한국이 압도적 1위.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 대비 세대별로 고등교육(대학진학)율이 엄청나게 올라간 나라 중 하나다. (질적 저하니, 이렇게 지나칠 듯한 결과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교육수준 향상이 된 것은 맞음)

 

중등교육도 보면, 한국은 50%에 달하는 세대가 중등교육 (대강 고등학교까지)을 받지 못하던 세대에서, 사실상 그런 사람이 없는 세대로 급격하게 변했다.

수리능력은 잘 알려져있지만, 기술능력의 경우에도 세대차로 1등 먹었다.

PIAAC보고서에서도 대한민국의 급격한 문해력 향상을 특기해서 적어놓을 정도다. 비교해서 영국 같은 경우에는 문해력이 외려 살짝 뒷걸음질쳤다. 요즘 독해가 안 된다느니 이런 소리를 자료를 인용해서 하자면 영국인이란 얘기

그 밖에 다른 재밌는 결과들도 많다. (관심있는 분들은 위의 링크로 보고서 전문을 참조하시기를)

https://pbs.twimg.com/media/Bq0lbi0IQAAEh-m.png

부모의 교육수준이 대물림되는 수준. 지름 젊은 세대 (16-24세)의 경우 가장 적다. 전체 세대를 평균하면 기울기가 높아지는데, 즉, 과거 세대에서는 교육수준이 대물림되는 것이 더 강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보통교육의 확대의 결과.

3. Zombie Idea

이렇게 계속 출몰하는 실질문맹률드립은 “좀비아이디어”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럴듯하고, 수치들도 있는데다가, 꼰대질하는데 안성맞춤이니, “한국은 안 돼” 이런 소리에 ‘사실’로 인용되는 것이다.

더해서 한국에서만 특별히 심한지는 모르겠지만, 지표들을 개발해서 우리나라 국가 순위 어쩌구 하는 얘기들, 잘 뜯어보면 거의 순환논법인 경우가 많은데, 원본이나 데이터가 무슨 의미를 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섹시한 이름 갖고 대충 생각하고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질문맹률”이 무슨 뜻인지, 이 맥락에서 인용할 수 있는 자료인지, 다른 반대되는 자료들이 있는지 기본 숙제를 하지 않는다는거다. 이렇게 “이름으로 넘겨짚기”의 최고봉은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싶다. 다르게는 “사회갈등지수”같은 것도 그렇다. 사회갈등지수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OECD 2위”가 되었는지를, 기본적으로 파악해야할 사람들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다보니, “그래 우리가 갈등이 많잖아, 갈등 줄이자!” 이런 소리나 해대고 있다.

이런 좀비생각들 자꾸 출몰하는 이유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일단 대충 맞을 것 같은 자기 주관, 인상에 필요한 자료를 보면 바로 붙여서 지르거나, 더 나아가 그런 자료들만 찾아서 인용하는 경향이 공론에서 많은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실질문맹률 드립으로 가장 우스웠던 것 중 하나는, 조갑제 닷 컴에서 실질문맹률이 높은건 한자교육을 안 해서라는 드립을 접했을 때이다. 심지어 2001년 기본 데이터의 나이 상관관계를 볼 생각조차 안 했다. 그냥, 요즘 애들은 한자도 모르니 한자 섞어쓴 내 글 읽지를 못하고, 그러니 독해를 못하는 거지가 그럴듯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권위있어 보이는 자료를 인용하는거다.

읽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쉽게 내지르는 말들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숙의”가 “상식”만큼 많이 회자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도 짜증나서 내지르는 꼴임을 인식하고 있다.)

보고 싶은 데이터만 보면서 외치지 않고, 데이터들을 모으고, 검토하고, 좀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공개하고, 어떻게 시각화하고 어떻게 조명해야할지 정리하는 노력에 좀더 관심과 자원을 주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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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sponses to [정보] 실질문맹률

  1. 선각자 says:

    KBS 에서도 보도한 적이 있는데, 오보 일까요?

    ‘책 못 읽는’ 중장년층…실질문맹률 OECD 최고 수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945555

    [취재후] 한글은 쉬운데 중장년 ‘실질 문맹’은 왜 많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972046

  2. nobody says:

    @선각자 : KBS 보도내용의 제목이 오독의 여지가 있습니다. 오보라고 볼 수 없구요. 박대기기자님과 트위터로 주고받았는데, 쫌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위에서 소개드린 결과의 한 면을 조명하셨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https://twitter.com/nobody_indepth/status/642020952163917824

    여기에 쫌더 거칠게 풀어봤습니다. 필요하다면 후속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3. nobody says:

    EBS에서도 6월달에 http://home.ebs.co.kr/ebsnews/menu1/newsAllView/10329570/H?eduNewsYn=N 2001년 연구만 인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한 모양입니다. 이걸 또 한겨레 기사에서 재인용. 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51005203208642

    다 중요한 주장들인데, 그에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성실하게 조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체불명의 “전문가들”이란 식으로 권위를 뒷받침하려고 하는데, 14년이나 지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어떤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는지 궁금할 따름.

  4. 정상규 says:

    페이스 북에 링크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https://www.facebook.com/airspray00?lst=100004772709965%3A100004772709965%3A1497591362

  5. nobody says:

    http://www.hankookilbo.com/m/v/c49008c593fc4166ab81afa349ab22b1 이것도 비슷하게 이상하게 인용한 글.

  6. 과객 says:

    http://www.nars.go.kr/brdView.do?brd_Seq=15112&currtPg=1&cmsCd=CM0150&category=
    &src=&srcTemp=&pageSize=10

    국회 입법조사처 독해능력 관련 자료

  7. JJ says:

    안녕하세요. 이 글을 예전에 보았지만 코멘트 하나 달지 않았네요. 죄송합니다.
    옛날 포스트에 다시 찾아온 이유가 있어요.

    요즘에도 실질문맹률 드립을 자주 찾아볼 수가 있는데
    요즘드립엔 한 문장이 더 추가되어 나오더군요.
    ‘인방,유튜브때문에 요즘 애들은 실질문맹률이 높다’ 라구요.
    다시 말해 저 2012당시 학생들의 문해율은 높았지만
    2019년 현재의 학생들은 유튜브때문에 문해율이 낮다는 논리입니다.
    근거가 뭐냐 물어보면
    유튜브 댓글만 봐도 알수있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인용하신 PIAAC보고서가
    2012년 이후에도 한국문해율 통계를 낸적이 있나요?
    아니면 2012년 통계가 아직도 최신판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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