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목마르다.

아무도, 정말 아무도 없는 실험실, 빌딩에서 들리는 건 타자 소리밖에 없다.

타국생활하면서 사회생활의 범위가 무척 좁아졌다만, 그건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는 소수자들(외국인, 금주자, 직업상 반경1km 밖으로 못 움직이는 자 all above)에겐 매한가지의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감사히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는데 셔틀을 놓쳐버렸다. 그냥 놓아버린다. 어차피 못 갈 것이었어.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에, 이런 고독(?)은 별로 큰 일이 안 된다. 그저 제 식대로 즐기면 되는 노릇.

타국땅에 와서 어렴풋이 깨달은 건, 내 한 구석 내 안에 침잠하고 몰아치는 것을 못 견디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이들을 목격하고,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것이 요란한 소리든, 아니면 조용한 소리든, 이야기, 그런 것에 목마른 맘이 가끔 준동한다.

허나 남은 건 플라스크들과, 젤과, DNA와, 책들이다. 그저 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귀기울이는 수밖에.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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