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하얀 까마귀님의 글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매우 인기있는 블로그에 겁없이 트랙백을 달았더니 친절히 반응해주셨네요.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전 글이 "뭐 이런 어이없는 글이 다 있어?"라는 식으로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혹시라도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립니다. 이 글은 하얀 까마귀님의 답글에 대한 제 생각이고, 싸움 걸거나, 누구라도 지지해달라고 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저도 대선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고 비록 선거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제 나름의 답을 갖고 싶어서 글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글
에도 적었습니다만, "허경영에게 투표를 한다는 건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답글을 보니, 생각을 조금 고쳐먹었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이명박대통령 당선은 시대의 요청(-_-;;;)이기때문에, 이를 현실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다수의,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는 명약관화하기때문에, 허경영찍자는 말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박빙의 상황이라면,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이건 막아야하지 않겠느냐?"라는 얘기가 좀더 힘을 갖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어떻게 대선에서 제대로 된 의사표시를 할까? 고민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현실상황을 인정한 가운데서, 제 의견을 적어보겠습니다.


Q: 56년 대통령 선거의 추모표 사건은 (여차저차)한 이유로 인해 발생한, 어쩌면 불미스럽기까지 한 사건입니다. 그런 일을 허경영과 관련된 예로 든 것은 56년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모독 아닙니까?

A: 제 원글의 맥락에서는 무효표를 방조 내지는 조장한 민주당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죽산에게 갈 표가 무효가 됐다는 일종의 안타까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쨌거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꼭 적법한 후보자를 찍는 것만이 정치적 의사 표시의 수단은 아니라는 예일 뿐입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애초에 민주당과 정치적 스탠스가 한참 달랐던 조봉암을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밀어준다는 시나리오도 말이 안 되거든요. 지난 대선 유세중 노무현이 갑자기 유고했고 대체 후보가 없었다면 과연 2002년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먹느니 민노당이 먹어라!" 하고 권영길 후보를 밀어줬을 것 같습니까?


저는 민주당의 선택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꽤나 달랐던 조봉암이 어부지리로 자신들의 표를 갖고 가는 게 못마땅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치적 입지가 다음 총선에서 보장되려면, 표로 보여줘야했으니까요. (여담으로, 그 표가 궁했기때문에 "차라리 이승만이 되라"라고 하고 방조하고 또 추모표를 조장한 민주당측은 자유당이랑 간접적으로 협력한 셈이지요.)

다만 만약 허경영 찍기 운동이 그 1956년 대선에서 추모표 찍기와 비견되는 정치적 의사 표시라면, 그런 의사표시가 야기한 결과는 결코 하얀까마귀님께서 바라시는 결과가 아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승만이 70%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다음에, 전체 투표자수의 26%에 달하는 무효표에 눈 하나 까딱했나요? 재난에 가까운 결과를 야기하지 않았습니까. 그 직후 잠재적인 정적으로 지목된 죽산이 사형되었을뿐만 아니라, 정치테러는 더 심해졌고, 그래서 더 대담하게 대선을 조작하는 데까지 나아갔지요.

게다가 허경영 찍기 운동은 1956년 대선 추모표 찍기보다 정치적 의사표시로써는 약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1956년 민주당은 당조직을 갖고 있었고, 따라서 추모표를 찍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당을 통해서 대선 이후에도 민주당이 야당으로 자유당을 반대하는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대선에서 "아이, 이승만 싫어!"라고 한 마디 한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정치적 통로를 확보했다는 것이지요.

허경영씨가 1%의 득표율을 갖는다면, 그건 그냥 대선 직후 언론에 기사들 ("유권자들의 실망, 허경영씨를 찍는데까지 이어져" 같은) 몇 점 나오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를 갖을 수 없겠지요. 매번 (득표율 부족으로) 해산당하기만 하는 민주 또는 경제공화당에 앞으로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니까요.

2002년 당시 민주당이 권영길을 찍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말씀과 달리, 유권자로써 저는 민주노동당을 찍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그 다음에 당조직이 살아있을테고, 그러면 유권자로써 민주노동당이 이회창의 견제역할을 하도록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테니까요. 행여나 "우리 정당 강령이 잘나서 득표를 많이 한거야"라는 꼴통들이 있다면, 다음 총선에서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겠지요.

요컨대, 대선이 all or nothing 선거처럼 보이나, 그 이후에 민주주의 하에서 정당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원래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누구라도 좀 덜 나쁜 후보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A: 개인적으론 그런 논리 때문에 정치꾼들의 수질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보다 덜 나쁘기만 하면 되잖습니까. 게다가 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지만) 이번에는 당선가능권 후보들 중에서는 그 최악과 차악들의 차이도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 분들에게 제 생각을 강권하지는 않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전 이회창, 정동영이나 문국현을 지지하자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대선 이후에 살아남을 정당조직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이회창씨는 아예 당이 없고, 또 당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유권자가 의사표시를 할 기회는 매우 제한적일테고, 정동영씨의 당이야 내년에는 보리라는 가능성이 희박하고, 문국현씨는 뭐 옆에 있는 보좌진도 창조한국당 당원이 아니더구만요. 정치꾼들의 수질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 건, 제대로 된 정치인을 키울 장, 정당이 우리나라에 전무하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정당이 전무한 건, 그런 정당을 보고 꾸준히 찍은 유권자들이 없다는데 있지 않나 싶구요. 내 의사가 제대로 해당 정치인에게 전달될 통로가 막힌 한, 예수나 석가모니가 후보로 나와도, 정치꾼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차악은, 현재 유력대선후보와 그 당의 정강정책에 반대하면서, 의회민주주의 하에서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당이 어디냐라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도 맛탱이 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래도 허경영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허경영씨는 제게는 이명박씨만큼이나 최악입니다. 한 번 분풀이 해놓고, 그 다음에는 제 얘기 들어줄 통로가 전혀 없으니까요.

Q: 그래도 운하는 (...;;)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A: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가서 운하를 막기 위해 최선의 전략적 투표를 하십시오. 모 후보의 성격상 대권을 얻으면 운하의 꿈을 포기하실 것 같진 않지만, 국민적 저항과 집무 첫날부터의 레임덕 -_-; 전망도 만만치 않을 듯 해서 저는 그리 비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운하를 막아야하지 않겠냐고 주장하진 않았습니다만, "국민적 저항과 집무 첫날부터의 레임덕"이라는 건, 정당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최소한 1956년부터 1960년까지 이승만+이기붕 콤비만큼이나 매우 비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s. : 다시 한 번 혹시나 싶어 말하는 것이지만, 허경영씨 찍지 말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p.p.s. : 게다가 허경영씨는 정당정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군요.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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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았다.

허경영에게 투표를 한다는 건 뭐라 할 말이 없는데, 제3대 대통령선거 얘기를 꺼내다니. 이건 아니다.

그 민주당이 공공연하게 "무효표찍기", "기권표"운동을 해서, 조봉암에게 돌아갈 표가 어이없는 무효표가 되었다는 것을. 그 뒤에서 이승만 이기붕이 웃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조봉암은 사형대의 이슬에서 사라져간 초기 대한민국사의 아픈 기억을, 그렇게 허경영 찍기에 써도 되는건가!

혹자는 조봉암도 싫고 이승만도 싫었는데 어쩔꺼냐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선거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모를까. 대선에서도 사표가 사표가 아니라는 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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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시사] 허경영 포스팅의 답글들에 대한 답변

    Tracked from 하얀까마귀의 테스트베드 2007/11/27 08:54  삭제

    Q: 투표는 국가의 중대사인데 낚시나 장난이 지나치신 것 아닙니까? A: 본문에서도 밝혔지만 ì „ 진지하게 주장하는 것이고, 정치적인 고민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본문을 잘 읽어 주셨으면 í

  2. Subject: 하얀 까마귀님의 답글에 대한 생각

    Tracked from nobody's nowhere place 2007/11/27 10:4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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