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여기는 미국이니, 고국보다는 약간 늦게 2009년을 맞이할 것이다.



블로그를 한 동안 피했다. 전혀 다른 여러가지 이유들이 한 순간에 겹쳐서이다. 그렇지 아니했다면, 이렇게 순식간에 한 공간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나는 [The Future of Reputation](한국어 번역본)이라는 책때문이다. 이 블로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서술 속에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또 지극히 노출되고 싶어하며, 또 그 노출을 두려워하는" 모순, 기괴한 현상에 나도 꽤 깊숙히 빠져있음을 깨달았다. 숙고해보지 않고는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었다.

다른 하나는 한 타인이 나로부터 목소리를 앗아가버렸던 일이다. 사실 타인이 어찌 내 목소리를 앗아가버린단 말인가. 결국은 내 스스로 결박한 것이 아닌가. 맞지만, 또 틀리다. 그는 반박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히 나를 규정하여, 그 규정과 함께 엮인 말을 거부할 수 밖에 없을 때 그 규정도 거부해야했다. 나를 부인해버렸다. 그 얼킨 그물 밖으로 나갈 방도를 찾느라 오래, 아주 오래 고민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거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모두 거부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심지어 그 질문의 틀거리로부터 헤어나오는데도 오래 걸렸다. 그리고 또 오래걸릴 것같다.

내 개인, nobody의 fingerprint를 탈색시키고 생각들을 다듬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청각 시스템에서 ITD와 IAD와 귓바퀴의 역할이라든지, 왜 이어폰이 이상한 기구일까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광해군에 대해 글을 마무리지을 수도 있고, 동서문명에 대해 배운바를 정리해나갈 수도 있었을테다.

허나 뒷말이 앞말을 따라잡았다. 늘상 글을 쓰면 그 글을 쓴 정성 이상으로 글을 비평했다. 그 둘간의 아주 작은 시차에 글들이 나오는 것이었다. 뱉어낸 것들은 되도록 주워담지 않겠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말이다. 허나 시차가 점점 줄어들었다.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장을 만들고 주제를 엮는 순간에, 사방에서, 모든 글쓰기 단계에서 회의들이 그 문장들을 짓밟고 갔다.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열망이 아니다. 외려 모든 것에 대한 독한 냉소들때문이다.

그 따라잡힌 지점에서 내 마음의 저류가 보였다. 세밀한 흐름, 와류 그리고 고인 것들까지, 소스라칠 정도의 바닥을 목격했다. 한심스럽고도 또한 어쩔 수 없는 그 앞에서 이를 어떻게 담아내서 가지런히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당연히, 물의 흐름은 가지런하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니, 가지런한 흐름은 흐르되 죽은 것이다. 당연한 결론은 진작에 알았으되, 소스라침은 가시지 않았다.

위기는 게으름으로부터 나왔다고 믿는다. 2008년을 정리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더없이 게으른 한 해였다는 평가를 내린다. 껍데기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안으로 썩어들어간 한 해였다고. 그리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매번 더 엄밀하게 재정의하지 않으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에 집어삼켜지리라. 타인들이 내 생각과, 내 감정과, 내 "공감"마저 대신하리라.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워 물이라는 것을 아니 묻게 되리라. 그 썩은내는 나에게 머물지 않고 다른이들을 불안케 만들리라.

그 마지막 끄트머리에, 새로이 정립되지 않고 방향감을 상실한 이 해 잠시 목격한 이의 소식을 들었다. 오히려 그 충격이 작은 시차 사이를 벌려놓았다. 그렇게 작은 사치로 글을 남긴다. 새해는 어김없이 나이 하나, 때론 복 하나를 대동하고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영적 죽음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기나긴 숨쉼의 걸음걸이 가운데, 중요한 질문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질식시켜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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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1 0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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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body 2009/01/12 0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 뜬금없이?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오히려 내가 뭘 잘못했나? @@;;

  2. 2009/01/12 0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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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body 2009/01/12 1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거참...영문은 좀 압시다라고 말하면 또 뭐라할 분위기구만. 어쨌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2009/01/14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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